약속만 아니었다면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찬 공기에 잠시 약속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다. 그렇게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목적지에 도착하니 귀가 떨어질 것 같고 손은 이미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괜히 왔나’ 후회도 잠깐. 런닝맨에 입장해 직원에게 게임규칙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순간 우리의 게임은 시작됐다. 그렇게 실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제한시간 60분은 훌쩍 지나가있었고, 체험관을 나와서는 상쾌한 날씨에 모두 패딩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했다.
‘런닝맨’은 실내 곳곳에 마련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어트랙션이다. 약 300평 공간에 12개 미션 스테이지로 구성된 ‘런닝맨’은 방사형 구조로 동시 입장 가능인원은 250명 정도다. 서울 관광의 중심인 인사동에 위치한데다 언어 제약이 없는 체험형 어트랙션으로 내국인 나들이객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런닝맨’ 체험방식은 간단하다. 제한시간 60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R포인트를 획득해야 한다. 방문객들은 체험관 입장 시 팔찌를 받아 레드/블루/그린 중 하나의 소속팀을 선택하게 되며, 이후 ‘디지털 줄넘기’, ‘이름표 떼기’, ‘깜깜한 암흑미로’, ‘거울미로’ 등 각기 다른 12개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완료 보상으로 R포인트를 얻게 된다. R포인트는 미션 장소 곳곳에 숨겨진 키오스크에 팔찌를 가져다 대도 획득할 수 있으며, 1인당 최대 88개까지 얻을 수 있다.
런닝맨 팔찌를 차고 게임을 시작하면 벽면을 따라 늘어선 키오스크에 팔찌를 갖다대며 R포인트를 획득하는 초급반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를 얻는 방법을 이해했다면 본격적으로 당신의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하는 게임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양 발을 빠르게 움직여 일정 횟수 이상을 채워야 하는 미션부터 불시에 반짝이는 불빛에 맞춰 점프해야 하는 줄넘기 미션,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는 똑같은 R몬 찾기, 통로를 찾다 거울에 무한 부딪히게 되는 거울미로까지. 추위에 얼어있었던 몸은 어느새 열기로 가득하다.
체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제한시간 동안 획득한 R포인트 개수에 해당하는 등급의 런닝맨 배지가 기념으로 제공된다. R포인트를 80개 이상 찾으면 ‘런닝맨 인증서’를 받을 수 있고, 체험관 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참가자는 쭈뼛쭈뼛 런닝맨에 입장했을지라도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어느새 맘껏 소리지르고, 놀라고, 움직이며 의욕 넘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진행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체면을 내려놓고 소리를 질러야 하기도 하고 똑같은 길을 빙빙도는 바보 같은 모습, 미션을 수행하느라 버벅대는 모습까지. 처음에는 쑥스럽더라도 한번 내려놓고 나면 즐겁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입장 전 어색했던 몸동작과 부끄러움 대신 한결 가벼운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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